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가을은 가장 감성적인 계절이라고 불립니다.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서서히 가라앉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곧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되지요.
2025년 9월 7일은 바로 24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인 백로가 찾아오는 날입니다. 백로는 글자 그대로 ‘흰 이슬’이라는 뜻을 가지며,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 풀잎과 들꽃 위에 차갑게 맺히는 이슬에서 유래한 절기입니다.
백로는 단순히 계절의 이름이 아니라 농사 일정, 자연의 변화, 그리고 옛사람들의 삶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중요한 시기입니다. 오늘은 2025년 백로의 날짜와 의미, 옛 풍속과 속담, 그리고 현대적인 의미까지 폭넓게 풀어보겠습니다.
24절기 백로뜻과 2025년 날짜
백로는 매년 양력 9월 7일 또는 8일경에 찾아오며,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황경 165도에 위치할 때를 의미합니다.
2025년에는 9월 7일이 백로에 해당합니다.
24절기 중에서 백로는 처서와 추분 사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처서(8월 23일)에서 더위가 물러나고, 백로가 되면 본격적인 가을의 기운이 시작됩니다. 이어서 추분(9월 23일)이 오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며, 본격적인 추수철로 이어지지요.
이처럼 백로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적 경계선이자, 자연이 뚜렷하게 변화하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24절기 백로 이후 일정표 2025
백로(白露) : 9월 7일
추분(秋分) : 9월 23일
한로(寒露) : 10월 8일
상강(霜降) : 10월 23일
입동(立冬) : 11월 7일
소설(小雪) : 11월 22일
대설(大雪) : 12월 7일
동지(冬至) : 12월 22일
소한(小寒) : 2026년 1월 5일
대한(大寒) : 2026년 1월 20일
24절기 백로 ‘흰 이슬’이 주는 자연의 변화
백로라는 이름은 밤의 기온이 이슬점 아래로 떨어지면서 풀잎과 대지 위에 하얀 이슬이 맺히는 현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여름철의 무더위가 가시고, 일교차가 커지면서 맑고 선선한 가을 날씨가 드러나기 시작하지요.
옛사람들은 백로 무렵의 날씨와 동식물의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했습니다. 중국의 고대 기록에서는 백로부터 추분까지를 3등분하여 삼후라고 불렀습니다.
초후(初候): 기러기가 날아온다.
중후(中候): 제비가 강남으로 떠난다.
말후(末候): 새들이 먹이를 저장하기 시작한다.
즉, 백로는 하늘을 나는 새들의 이동, 땅 위의 곡식이 무르익는 모습, 바람의 결을 통해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보여주는 시기였습니다.
24절기 백로 농경 사회와 연결
백로는 농사일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 시기는 벼 이삭이 패고 여무는 결정적인 때이므로 농부들은 백로 전후의 날씨에 매우 민감했습니다.
지역마다 전해지는 속담과 풍속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백로전미발(白露前未發)” : 백로 이전에 벼 이삭이 패지 않으면 그해 농사는 잘 되지 않는다.
“칠월 백로에 패지 않은 벼는 못 먹어도, 팔월 백로에 패지 않은 벼는 먹는다.” : 벼의 출수 시기에 따라 수확 여부가 달라진다는 의미.
경남에서는 “백로 전에 패는 벼는 잘 익고, 백로 이후에 패는 벼는 쭉정이가 된다”라고 믿었습니다.
또한 백로 무렵의 바람도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때 강한 바람이 불면 벼의 낟알이 검게 변하거나 제대로 여물지 못한다고 여겨 농부들이 불안을 느끼곤 했습니다.
24절기 백로와 함께하는 전통 풍속
백로는 농사뿐만 아니라 조상의 묘를 돌보는 시기와도 맞물립니다. 대표적인 풍속이 바로 벌초입니다.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고 묘를 단정히 하는 일은 단순한 농사일이 아니라 가문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례적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또한 백로 무렵은 여름 농사가 마무리되고, 추수를 준비하기 전의 잠시 여유로운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부녀자들은 근친을 가거나,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적인 활동을 하며 계절의 변화를 나누었습니다.
제주도와 경남 일부 지역에서는 “백로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라는 속신이 있어, 비를 기다리며 농사의 운명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24절기 백로가 주는 현대적 의미
오늘날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농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삶을 살지 않지만, 백로는 여전히 계절의 리듬을 느끼게 하는 지표가 됩니다.
건강 관리: 백로 이후 일교차가 커지기 때문에 환절기 감기, 기관지 질환에 주의해야 합니다.
음식 문화: 이 시기에는 햇곡식과 햇과일이 나오므로, 제철 음식을 즐기며 계절의 기운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생활 습관: 더위는 물러갔지만, 아직 한낮 햇볕은 강하므로 아침저녁으로는 겉옷을 챙기고, 낮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백로는 단순히 옛사람들만의 절기가 아니라 현대인에게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생활을 재정비하는 시기로 의미가 있습니다.
24절기 백로가 알려주는 가을의 지혜
2025년 9월 7일 백로는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절기입니다. 들판에는 이슬이 맺히고, 벼 이삭은 고개를 숙이며, 하늘을 나는 새들은 계절의 변화를 알려줍니다.
백로는 단순한 날씨 변화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시간의 축적입니다. 옛사람들은 백로를 통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고, 오늘을 사는 우리는 백로를 통해 계절의 아름다움과 건강 관리의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가올 2025년 백로, 잠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하늘을 올려다보고, 풀잎 위의 맑은 이슬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는 순간, 백로는 우리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